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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ife/Football Story

[Magazine S] 눈물의 동메달 벌써 잊으신건 아니죠?




여자 축구 심서연·전가을·조소현·정설빈의 솔직 토크


지난 10월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여자축구대표팀은 베트남을 상대로 인천아시안게임 3•4위전을 치렀다. 이틀 만에 치르는 경기였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보니 전반에는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에 터진 권하늘, 정설빈, 박희영의 릴레이 골로 3-0 승리를 거두며 아시안게임 2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던 동메달이었다. 이어진 결승전이 끝나고 시상대에 서면서 더 그랬다. 옆에는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한 북한이 활짝 웃고 있었다.

이틀 전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준결승전 기억이 생생했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12분 터진 정설빈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북한을 이긴 뒤 다시 맞은 절호의 기회였다. 그토록 원했던 결승 진출이 보이는 듯 했다. 전반 36분 리예경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1-1 동점으로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후반 막판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기회는 한국에게 먼저 왔다. 후반 43분 지소연은 단독으로 드리블을 하고 들어가며 회심의 슛을 때렸다. 아쉽게도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뒤이어 주장 조소현이 다시 슛을 날렸지만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3분 뒤 한국은 북한에게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했다. 허은별이 우리 수비진의 실수를 틈 타 골을 넣은 것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을 하며 1-2로 패배, 작은 차이에 다시 한번 좌절을 해야 했던 순간이다.

북한전이 끝나고 여자축구대표팀은 눈물의 바다를 이뤘다. 그라운드에서, 라커룸에서, 믹스트존에서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런 모습은 중계를 통해, 기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됐다. 여자축구가 모처럼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순간이었지만 선수들에겐 마냥 기쁘진 않았다. 여자축구가 멋진 승부를 펼쳐준 데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그 동안의 시간에 대한 미안한 반, 동정심 반의 관심이라는 것을 자신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물의 동메달을 가슴에 품고, 선수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 : 연합뉴스)


북한만 넘으면 금메달이라고 믿었는데…

베트남전이 끝난 다음날인 10월 2일 파주NFC에서 해산을 앞둔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과 함께 자리를 만들고 싶었지만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곧바로 기다리고 있는 WK리그 플레이오프와 전국체전 준비를 위해 선수들은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소속팀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으로 주장 조소현을 비롯해 전가을, 심서연, 정설빈과 함께 이번 대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촬영을 위해 동메달을 갖고 나와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했다. 전가을은 미련이 남는 표정으로 동메달을 한 동안 바라봤다. 조소현은 호주머니 안에 있는 동메달을 만지작거렸다. 후련함보다는 미련이 더 남는 대회 여서였을까?

“일단 다친 선수 없이 대회를 마무리해서 안도하지만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메달 색깔이 두고두고 아쉬울 거 같아요. 어제 시상식을 할 때 작은 차이가 이렇게 크게 바뀌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는 조소현의 첫 얘기에 함께 한 선수들은 모두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 지난 4월 무릎 연골 부상으로 인해 아시안컵을 비롯해 한 동안 대표팀에 빠졌다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복귀한 수비수 심서연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졌던 특별했던 의욕을 설명했다. “부상으로 긴 시간 빠져 있다가 모처럼 대표팀에 소집되다 보니 굉장한 열의와 각오가 있었어요. 힘들게 훈련했던 만큼 더 강하게 뭉쳤기에 이렇게 헤어지려고 하니까 아쉬워요. 4주 동안 흘린 땀의 가치는 지금까지 선수 생활 하면서 어떤 순간보다 컸어요.”

화제였던 북한전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 잔인할 수 있지만 “만일 북한전으로 돌아가서 한 장면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으냐?”고 물었다. 조소현은 질문이 나오자마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다 같은 생각일거예요. 그날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잘못이나 책임으로 몰고 싶지 않아요”라는 게 조소현의 답이었다. 마지막 실점 장면에서 수비 실수를 범했던 임선주가 먼저 떠올랐고 동료에 대한 아주 작은 질책이라도 지켜주고 싶었던 주장의 마음이었다. 같은 수비수인 심서연도 말을 아꼈다. 전가을과 정설빈은 “후반 막판 골대 맞고 나온 게 아무래도 아쉽죠. 그 뒤 소현이 마지막 슛도 들어갔더라면”이라며 아직도 가시지 않은 아쉬움을 얘기했다.





파주에서 만난 네 명의 선수 정설빈·전가을·조소현·심서연


‘북한만 이기면 금메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대표팀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내린 자체 판단이자 객관적 분석이었다. FIFA랭킹은 일본(3위)이 북한(11위, 한국 17위)보다 우위에 있지만 플레이 상성상 항상 까다로운 것은 북한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테크닉과 개인 전술 중심의 축구를 펼친다는 점에서 오히려 닮았다. 최근 각급 대표팀이 맞대결에서 호각세를 보였고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는 2-1로 이긴 바가 있어 자신감도 있었다. 반면 북한은 높은 벽이었다. 한국의 북한전 상대전적은 1승 1무 12패로 절대 열세였다. 앞서 언급한 2005년 승리 이후 7연패 중이었다. 북한의 강인하고 뛰는 축구는 늘 부담스러웠다. 준결승전에서 만날 것이 확실했던 상황에서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은 북한전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전가을은 “지금까지 한번도 못 해 본 수준의 체력 훈련을 8월 동안 강도 높게 했었어요. 홈에서 열리는 대회고 다른 때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쏠릴 거라고 알았기 때문에 우리만 준비를 잘 하면 승산을 충분하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체력 훈련의 목적은 뛰는 양에서 북한에 지면 안됐기 때문이었다. 그런 준비, 그리고 집중적인 분석, 기나긴 상대 전적의 열세를 이겨내야 한다는 투지는 선제골로 이어졌지만 7전 8기를 향한 도전은 다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전가을은 북한과의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흘린 눈물로 큰 화제가 됐다. 이름을 검색하면 아예 자동완성이 될 정도다. “평소에 잘 우는 편이 아니에요. 경기가 끝나고 처음엔 눈물이 안 나왔어요. 그냥 화가 났어요. 졌으니까. 그런데 여러 가지가 스쳐가더라고요. 힘들게 운동했던 것, 절실하게 이 경기에 매달렸어요. 믹스트존을 지나가는데 아는 기자 분들에게 질문을 받다가 갑자기 왈칵 나오더라고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영국에서 돌아온 지소연, 자신의 실수로 결승골을 내줬다는 자책감에 고개를 숙인 임선주 등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 정도로 북한전이 남긴 아쉬움이 컸다.





시간이 지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돌아 본 북한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조소현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붙게 될 텐데 이번에 이겼으면 다음에 준비를 소홀히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더 간절해졌다고 할까? 월드컵 같은 더 큰 무대에서 붙으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어요. 우리가 긴장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느꼈고요. 중요한 경기고 많은 관심이 쏟아져서 우리 걸 제대로 못했던 부분도 있었거든요”라며 주장다운 냉정한 복기를 했다. 정설빈은 북한전 패배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아냈다. “경기를 뛰든, 안 뛰든 모든 선수가 한 마음이었어요. 언젠가는 지금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을 거라는 열망들이 강했어요. 결과를 떠나 좋은 경기를 했다는 건 우리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잖아요. 그걸 얼마나 지켜내고 끌어내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북한전에서 배운 점이라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우리를 더 독하게 만들었어요

그라운드 위에서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모습이었지만 축구장을 벗어나 만난 선수들은 20대 초반의 꾸미길 좋아하는 평범한 아가씨들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긴장을 풀리자 꺄르르거렸다.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숨겨진 본 모습들이 나왔다.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나오고 싶은 욕심에 도리어 먼저 이런 저런 포즈 제안을 했다. 촬영을 맡은 도현석 작가는 운동선수라길래 덩치가 클 줄 알았는데 다들 체구도 작고 예쁘장해서 놀랐다고 했다. 주장 조소현은 대회 기간 동안 엘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염색한 긴 머리가 인상적이어서 마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정설빈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짙은 와인색의 머리로 개성을 뽐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심서연도 머리띠 등으로 자기 포인트를 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런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서도 눈에 들어온 것은 지지 않으려는 독기와 투지였다. 무엇이 그녀들을 독하게 만들었을까?

전가을은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이번 인천 대회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당시 한국은 홈팀 중국을 꺾고 4강에 오르며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지만 다시 북한에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그나마도 다른 아시안게임 동메달처럼 관심도 거의 받지 못했다. 당시 여자축구는 U-20월드컵(3위)과 U-17 월드컵(우승)에서의 잇단 성공으로 역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적은 지원에도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낸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 방안이 각계 각층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열기는 한달 만이었다. 아시안게임 동메달은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았다. 그 대회에서 남자대표팀도 같은 색깔의 메달을 거뒀다. 여자축구는 오히려 3•4위전에서 홈팀 중국을 다시 한번 이기고 거둔 성과였지만 관심의 크기는 달랐다. 정설빈은 “남자축구에 쏠리는 관심과는 비교가 안 되죠”라며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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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도 북한전으로 치솟는 듯 했던 관심은 불과 이틀 만에 꺼지고 말았다. 베트남과의 3•4위전은 중계로 볼 수 없었다. 러시아 무대로 진출하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에이스’ 박은선은 “동료들의 경기를 보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이 없다”며 SNS 상에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다. 지상파 3사는 같은 시간 열리던 여자리듬체조 단체전에, 스포츠 케이블 채널은 재개된 프로야구 중계를 했다. 조소현은 “경기장 가는 내내 다들 치사하다고 했어요. 처음엔 공중파 중계라고 떴는데, 그 다음엔 케이블 채널이라고 하고, 나중에는 인터넷 중계래요. 그것도 해외 방송이었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가을은 한숨을 쉬고 “전 일찌감치 안 할 줄 알았어요. 우리는 이런 게 화가 나요. 이틀 만에 무관심으로 돌아서잖아요. 그래서 꼭 이겨서 일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거든요. 일등에겐 관심 가져주니까. 나를 위해서 우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위해, 그리고 힘들게 운동하는 동료들과 후배들을 위해서 꼭 이겼어야 했던 거죠. 몇 번 안 올 기회였거든요”라고 말했다.

여자축구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 축구가 세계 대회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한 것도 여자 축구(2010년 U-17 월드컵)였고, FIFA랭킹도 오히려 남자 대표팀보다 46위나 높다. 중국, 일본, 북한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지금은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고 대부분의 결과도 1골 차 안에서 끝난다. 마지막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은 2% 부족한 관심과 지원이 아닐까? 자신들의 영광을 위해 뛰는 것도 벅찬 선수들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미디어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다른 관심과 자세를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는 힘든 과제까지 짊어졌다는 데 비애가 느껴졌다. “저희도 이제 알아요. 호소만 해서는 바뀌지 않으니까 결과를 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그걸 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한 발짝을 더 나가지 못한 게 아쉽고 서럽죠”라는 정설빈의 얘기가 심장을 쿡쿡 찔렀다.


그녀들의 한풀이, 소원을 말해봐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일종의 한풀이가 돼 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각자가 축구계에 바라는 소망을 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땄다고 그 소망을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모르는, 선수들이 느끼는 여자축구의 현실과 설움을 밖에다 알려주고 싶었다.


“WK리그를 모르는 사람이 굉장히 많지 않나요? 항상 하는 말인데 우리끼리의 잔치죠. 아는 사람만 알고, 보는 사람만 보러 오는. 이제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그렇게 해야죠. 구단들의 지원도 지원인데, 방송사와 미디어에서 계속 관심을 가져주고 대중들에게 비쳐진다면 더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요?”-전가을

전가을은 자신들이 소속된 WK리그에 대해 먼저 얘기했다. WK리그는 해외파인 지소연, 박은선을 제외한 선수들이 몸 담고 있고, 앞으로도 몸 담아야 하는 무대다. WK리그의 수준이 곧 대표팀의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말한 대로 WK리그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다. 2009년부터 출범을 했고 현재 7개의 실업팀으로 구성돼 있다. 전가을, 조소현, 정설빈이 소속된 인천현대제철, 심서연이 소속된 고양대교를 비롯해 각 팀들이 연고지 협약을 했다. 그러나 경기 방식은 연고지가 아닌 전국 각지를 순회하는 방식이다. 고양시, 수원시, 화천군, 보은군 등에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매주 월요일에 경기를 진행한다. 월요일에 진행하는 스포츠는 드물지만 중계를 위해 택한 고육지책이다. 그나마도 프로야구가 순연 경기를 월요일에 하면서 중계마저 밀리는 형국이다. 심서연도 “연고지가 아닌 곳, 특히 지방에서 경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취재 오는 분도 거의 없어요. 텅 빈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보다 힘든 건 없는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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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설빈 역시 “K리그가 홍보와 마케팅이 부족하다는데 그만큼만 되도 좋겠어요. 많이 알려져야 궁금해서라도 더 올 텐데 저희는 경기 후 기사나 사진 하나 찾기도 힘들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여자농구, 여자배구의 경우 중계와 보도를 통한 꾸준한 노출로 선수들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것과는 반대다. 조소현은 “그냥 주말에 했으면 좋겠어요. 그나마 1주일이 1경기 하던 중계도 프로야구에 밀렸거든요. 월요일엔 보고 싶어도 보러 올 수 없잖아요. 그럴 거면 여자축구를 아는 분,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오실 수 있게 주말에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자기 의견을 밝혔다.


“WK리그는 연봉 상한선이 있어요. 드래프트를 통해 들어오는데 신인선수 연봉이 최고 연봉과 큰 격차가 없어요. 선수들은 결국 연봉으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이 생기는데, 최선을 다해봤자 한계가 눈 앞에 있으니까 의욕이 안 생겨요. 이렇게 할 바엔 다른 일 하는 게 낫겠다는 말도 많이 하고요. 연봉이 낮으니까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낮다고 생각해요. 소위 몸값이 높은 선수들은 함부로 대하질 못하죠.”-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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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모두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다.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선택된 선수들은 연봉 3000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활약을 해도 그 후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은 5000만원이다. 남자 선수는 물론이고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여자농구, 여자배구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라다. 여자농구의 경우 평균연봉만 해도 여자축구 최고 연봉보다 높다. 여자축구가 연봉 상한선을 걸어놓은 것은 기본적으로 모기업의 지원을 제외하면 수익이 없기 때문이지만 다른 종목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심서연은 부상으로 재활을 하는 동안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재활을 하는 동안 어느 부모님을 만났는데 자기 딸아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며 문의를 해 온 분이 계셨어요. 심서연 선수 정도면 유명하지 않으니 그래도 (연봉을) 꽤 받지 않느냐고 하셨는데 제 상황을 솔직히 얘기 드렸더니 그러면 시키기 좀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같은 노력과 지원을 기울이면 다른 종목을 하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엔 딸들을 축구 안 시키려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조소현은 유료 입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WK리그는 무료 입장으로 진행된다. 보러 올 사람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관중을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지만 선수들은 그 방식이 오히려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데는 돈을 쓰게 되잖아요. 공짜니까 보러 와달라는 것보다 값어치에 어울리는 축구를 할 테니 보러 와달라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여자축구 볼만하네~’, ‘돈 내고 본 보람 있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관중을 의식 안 하니까 선수들도 실력을 더 올리지 않아요. 대표팀에 오는 선수들만 동기부여가 될 뿐이죠. 돈을 내고 온 분들은 냉정하게 지적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고 선수들은 그 분들을 위해서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라는 게 조소현의 얘기였다.


“A매치를 1년에 몇 차례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홈에서도 하고, 해외에 나가서 했으면 좋겠어요. 세계 대회에 가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게 유럽 팀인데 자주 붙어봐야 자신감이 생기잖아요. 2만명 규모의 작은 경기장이라도 전용구장에서 하고 싶고요. 대표팀 감독님도 너무 자주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심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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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대표팀은 일반적으로 FIFA가 지정한 A매치 데이를 기준으로 1년에 8차례 이상의 A매치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집돼 조직력과 실전 감각을 이어간다. 반면 여자대표팀은 공인된 국제 대회나 초청 대회가 없으면 국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남자고교 팀과의 연습경기로 감각을 올려야 했다. 일본의 경우 여자대표팀의 기량 발전을 위해 국내에서 A매치를 지속적으로 연다. 상업적 가치는 크지 않기 때문에 2만석 규모의 작은 경기장에서 열지만 그만큼 관심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낸다. 감독 선임 문제도 일본과 비교가 된다. 일본은 2008년부터 사사키 노리오 감독이 지속적으로 팀을 이끌었고 결국 2011년 독일에서 열린 FIFA 여자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같은 시기에 한국은 5명의 감독이 대표팀을 오고 갔다. 그나마 최근 들어 여자대표팀에 대한 처우와 대접은 조금씩 나아지는 분위기다. 이전까지 여자대표팀은 모든 부분에서 남자대표팀에 후순위였다. 파주NFC도 남자대표팀이 들어오면 쫓겨나듯 외부의 숙박시설로 가야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녀대표팀의 다른 운영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정몽규 회장 체제 전환 후 최대한의 지원이 지시되는 모습이다.



목표는 챔피언, 2015년 여자월드컵 응원해주세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FIFA 여자월드컵이다. 한국은 지난 5월 월드컵 출전권이 달린 아시안컵에서 4위를 차지하며 대회 참가를 확정 지었다. 유럽과 함께 여자축구 판도를 이끄는 아시아는 호주를 포함해 한국, 일본, 중국, 태국 5개국이 월드컵에 참가한다. 북한은 2011년 대회 당시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한국은 지난 2003년 대회 이후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됐다. 통산 두 번째 출전이다. 월드컵 경험은 많지 않지만 월드컵을 향한 여자대표팀의 의욕은 특별하다. 한국이 각종 대회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해 온 북한, 중국, 일본, 호주는 세계 톱 수준에 있는 만큼 월드컵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U-20 월드컵에서 최근 우승, 8강 진출에 성공했던 경험도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3년 대회에서 한국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돌아왔다. 브라질, 프랑스, 노르웨이를 만나 3전 전패, 11실점을 하는 동안 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현재 멤버 중에 당시 월드컵을 경험했던 선수는 골키퍼 김정미 뿐이다. 하지만 그 사이 저변은 확대됐고 WK리그를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도 성장했다. 지소연, 박은선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도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친 눈물의 동메달을 월드컵에서의 더 큰 성공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선수들의 바람이었다. 목표는 남자대표팀처럼 월드컵 16강이 아닌 챔피언에 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관심과 지원이다. 남자대표팀이 월드컵에 나설 때 쏟아지는 수준의 반에 반만이라도 지원된다면 큰 힘이 된다. WK리그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전국체전이 끝나면 여자축구는 월드컵 체제로 전환한다. 윤덕여 감독은 신체조건이 밀리는 월드컵 무대에선 조직력을 최대 무기로 내세우기 위해 내년 6월까지 꾸준한 소집을 통해 연습과 실전을 반복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좋은 성적을 위해 강호들과의 A매치를 비롯한 여자대표팀 지원 방안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많은 팬들의 관심과 요구가 이어져야 방송사와 미디어도 움직일 것이다. 2011년 일본의 여자월드컵 우승이 자국 리그와 관심의 폭발을 이뤄냈듯 2014년 인천에서 못다 한 여자축구의 한풀이가 2015년 캐나다에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다시 축구화 끈을 맨 그녀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월드컵에 나가는 23인 최종 명단에 들어가는 게 1차 목표예요. 공격수니까 대회에 참가하면 골과 같은 개인 기록을 남기고 싶어요. 물론 팀에 보탬이 되는 기록이어야겠죠. 조별리그 통과를 한 뒤 16강, 그리고 우승이 제일 큰 목표입니다. 우리의 축구를 해서 한국이 이런 축구도 한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정설빈


“내년 여름에 세계 챔피언이 돼 돌아오겠어요.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요. 일본, 중국의 축구를 따라는 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색깔로 축구를 알리고 싶어요. 자신 있어요. 챔피언이 되면 여자축구가 전성기를 맞을 거라고 믿어요. 그때는 설움을 다 풀고 싶어요.”-전가을


“월드컵에는 12년 만에 나간 거니까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한국 여자축구의 강함을 알렸는데 세계에도 보여주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미국을 만나서 꼭 이기고 싶어요. 현재 세계 최강인데 초청 대회에 나가서 만나면 늘 깨졌거든요. 격차를 점점 좁혀가고 있는데 결과가 늘 아쉬워요. 친선전에선 못 이겼지만 미국을 큰 대회에서 이겨서 돌풍을 일으키고 싶어요.”-조소현


“이번에 같이 했던 멤버들 다 함께 월드컵에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도 월드컵에 나갈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출정식 해주세요. 지난 5월에 부상 중일 때 남자대표팀 월드컵 출정식에 갔었거든요. 경기가 끝나고 왜 다들 안 나가나 싶었는데 어마어마한 행사를 해주더라고요. 그때 우리도 아시안컵에서 월드컵 출전권 따왔던 때라서 서럽더라고요. 우리 선수들 힘 내서 대회 갈 수 있게 회장님 꼭 부탁드립니다.”-심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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